[人터뷰 : 山田裕一] ‘기업경영 전문 컨설턴트’ 야마다 유이치 대표, 4년의 한국 생활을 마치며

  • 강혁 기자
  • 발행 2022-02-07 14:35

▲ 야마다 대표가 ABeam Consulting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 JK-Daily)

- 본인과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아빔 컨설팅(ABeam Consulting) 한국 대표이사 야마다 유이치(山田 裕一) 입니다. 1962년 호랑이띠 입니다. 올해가 태어나 다섯 번째 호랑이 입니다.(웃음) 동경대 공학부를 졸업하고서 아빔에는 2003년에 입사를 해 2017년부터 한국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아빔 컨설팅은 1981년에 창업해 일본과 아시아를 기점으로 전 세계 7000명 가량의 컨설턴트가 활약중인 종합 컨설팅 기업입니다. 주로 IT를 활용한 업무개혁, 생산성 개선 컨설팅이 중심이고, 고객층은 주로 한국내 일본기업과 일부 그 외 주한 외국기업(독일, 프랑스, 미국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특징 중 하나는, ‘컨설팅’ 이라고 하면 보통 큰 비용이 들 거라 부담부터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아빔은 그 부담을 대폭 낮춰서 월 수십만원 수준의 맞춤형 서비스부터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광고를 해버렸나요(웃음).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제가 2012년부터 아빔 컨설팅 유럽의 책임자로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주재했었는데요, 독일을 떠나며 본사 사장에게 이후의 역할을 물으니, 미안한 듯 웃으며 이러더라구요. ‘여권은 필요하지만 오키나와보다 가깝다. 연속해서 해외 주재라 좀 미안하지만 잘 부탁한다’고(웃음). 그렇게 처음엔 출장 베이스로 비상근 대표이사 역할을 담당하다 한국인 사장이 퇴임하면서 제가 2017년 11월부터 상근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오키나와 보다 가까운 해외 주재가 벌써 4년이 넘었네요(웃음).  


▲ 인터뷰에 응하면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설명하고 있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JK-Daily)


-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본과 다른 점, 그리고 한국의 장점이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개인적으로는 일본과 비슷한 점이 훨씬 많다고 느끼지만 가장 놀란 차이점은 신용카드와 휴대전화의 보급인 것 같아요. 아무리 작은 가게에서도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신용카드를 다 사용할 수 있고, 고령의 어르신들도 휴대폰을 거의 다 가지고 계시죠. 한국에 와서는 골프장에서 캐디피를 지불할 때나, 고기집에서 고기를 맛있게 구워주시는 이모님들께 사례를 할 때 정도 말고는 현금을 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일본은 아직 1엔짜리 동전도 변함없이 사용하죠.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동전 주머니가 달린 지갑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구요. 한국에선 볼 수 없죠.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스피드’인 것 같습니다. 변화에 대한 대응력, 순발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일본은 흔히 ‘매뉴얼 사회’라고 할 만큼 ‘전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전례가 있든 없든 필요하고 맞다고 판단되면 결단하고 샐행하는 힘이 강합니다. 탑 다운(Top down / 하향식 의사결정) 의사결정 구조의 장점일 수 있겠죠. 일본은 미들 업 다운(middle up down) 이라고 해서, 사장님 바로 밑에 본부장 임원 급 키맨이 추진하면 사장은 ‘음~ 그래 좋아’ 라는 식인데 한국은 대부분 사장이 이야기하면 임원들이 따르죠. 그리고 내수시장이 작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항상 해외를 시야에 넣고 기획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K-POP이 대표적인 예겠죠. 


▲ Gateway to Korea Forum 에서 발표하고 있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JK-Daily)

-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일본과 한국은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 


 제가 느끼기에 한국은 여전히 직함(타이틀)을 중히 여기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프로’ ‘님’ 등의 호칭으로 수평적 구조로 변해가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과장, 차장, 부장님 등 이름 없이 직함으로 서로를 부르기 때문에 직함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함을 보면 일어나 영어 직함보다 한국어 직함이 조금 높게 표현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봉은 동결해도 좋으니 직함만 올려달라 한다던가, 사내 실제 직함 보다 한 단계 높여 쓰는 ‘영업용 명함’은 종종 보는 사례입니다.


 일본은 그냥 사내에선 직위와 직함 상관없이 ‘상(さん・한국어로 ‘씨’에 해당)’으로 통일됐죠. 그리고 영업용 명함에 직함을 올려 쓰는 대신에 잘 알 수 없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된 90년대 즘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요. 예를 들면 실제로 부장은 한 명인데, ‘부장 대우’인 사람이 여러 명 있어서 ‘제네럴 메니져’라고 부른다거나, ‘시니어 펠로(senior fellow)’, ‘시니어 메니저’, ‘시니어 디렉터’ 등 외부 분들은 어느 쪽이 더 위인지 잘 알 수 없는 표현들을 쓰곤 하죠. 


▲ 'The Economist' 조식회에 패널로 참석해 발표하고 있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야마다 대표) 


- 컨설턴트로서,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


 한국은 관련 법규가 자주 바뀌는 것 같습니다. 행정지도라는 형태로 현상을 개선해간다는 것 보다는, 의원입법 등의 형태로 금방 법안화, 법제화해 규제하고 단속하면서 현상을 개선하려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변화가 빠른 장점은 있겠지만 현장에 있는 기업인으로서는 참 힘든 일이죠. 특히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인들에겐 더더욱 복잡하게 느껴지고 어렵기 때문에 법률사무소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는 것 같습니다. 대형 로펌에 일본 데스크가 따로 있잖아요. 한국에서 말고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웃음).


▲ 인터뷰에 응하며 밝게 웃고 있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JK-Daily)


- 곧 일본으로 돌아가시는데, 주재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면 -


 처음 클라이언트에 회사 소개를 하러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한국어를 할 수 없었던 저는 당연히 영어로 자료를 준비하고 영어로 인사를 시작했는데, 클라이언트 측 한국인 매니저분이 저에게 갑자기 ‘야마다상 그냥 일본어로 하셔도 됩니다’ 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일본계 기업의 공용어가 일본어여서 한국인 매니저분들이 모두 일본어가 능숙하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한국분들에게’ ‘영어자료를’ ‘일본어로’ 설명했죠(웃음).
지나고 보니, 이런 것들이 한편으론 오해의 배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 일본어를 이만큼 잘하니까 우리와 생각하는 거나 일하는 방식도 비슷하겠구나’, ‘일본을 좋아하고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겠구나’ 라고 말이죠. 그렇게 적지 않은 일본인 주재원들이 한국에 와서 마음대로 생각했다가 ‘가깝고도 먼’ 서로를 겪어가게 되는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한국에 있는 동안 연세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일본 주재원 최고위 과정 ‘Gateway to Korea(AEP)’에 참여해서 많은 인맥을 만들 수 있었고 한국의 다양한 면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고마웠던 추억입니다. ‘아,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을 이렇게까지 연구하는 분들,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한국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죠.


 한국에 오기 전엔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불고기와 전, 김밥, 육개장국밥, 냉면, 비빔밥 정도밖에 몰랐는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정말 맛있고 내 입맛에 맞는 것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갈비탕, 곰탕, 추어탕 등의 탕 종류나,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등 찌개 종류, 그리고 돼지국밥, 내장탕, 순대국밥, 보쌈, 곱창 등등등. 끝이 없네요. 그 중에서도 일본에 돌아가 제일 생각날 것 같은 건 역시 감자탕!(웃음). 일본에선 보기도 힘들겠지만 있어도 엄청 비싸겠죠… 혼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게 뼈다귀 해장국 전문점이 일본 회사 근처에 생기면 좋겠어요(웃음). 


▲ 한국 주재를 마치고 일본으로 귀임하는 인천공항에서 손을 흔드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JK-Daily)


- 앞으로 한국에 주재하게 될 일본인 경영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일본어로 ‘郷に入らば郷に従え) 역시 이 말인 것 같습니다. 선입견이나 어떤 예단을 하고서 한국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역사적 배경도 있어 일본어를 잘 하는 한국분들이 많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면이 많아서 ‘비슷하다’고 생각해버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주재원들 중 일부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 학습이 오히려 잘못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때 특정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일본인과 한국인 양쪽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전문적 내용이 필요할 땐 최대한 그 분야 권위자의 의견을 찾을 것. 그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본적 경영관(일본 본사의 경영관)을 한국 사원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보다 우선 한국식 경영의 좋은 점을 공부하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기준이 결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서 한국 현지 법인으로서의 비전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 그렇게 한국의 장점, 한국인 직원의 장점을 최대한 키우고 발전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흔히 전례가 없거나 예산이 맞지 않으면 시작도 전에 못한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부딪히고 해내려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살려나간다면 분명 비즈니스도 성공하고, 한일관계도 점차 좋아질 거라 믿습니다. 한국에 계시는 모든 분들의 새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럼 이만. 


▲ 일본으로 귀임하는 인천공항에서 배웅 나온 직원들에게 손을 흔드는 야마다 대표 (사진 제공 : JK-Daily)


 (취재 기자 : 강혁 /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JK Dail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JK Dail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