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위기의 한국 검찰

  최근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입법안)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뜨겁다. 검찰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하여 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적절하다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으로, 정치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각각 다른 의견을 내세우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들 역시 이 논쟁에 참전하여 많은 사회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사회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검찰의 권한 획정 문제를 논함에 있어, 일본으로부터 근대법을 계수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 검찰의 권한은 어떠하며, 어떤 경위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가 등에 관하여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일본 검찰제도의 역사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

  일본 검찰제도는 메이지 유신(明治維新)이후 유럽 각국의 근대법을 받아 들이면서 정립되었다. 메이지정부(明治政府)는 1880년(메이지 13년)에 프랑스 법체제에서 영향을 받은 치죄법(治罪法)을 제정하여 처음으로 검찰(검사)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당시 치죄법은 예심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법률이었는데, 검사는 예심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만 가지고 있을 뿐, 예심절차는 판사가 이를 담당하였으므로 수사 등 권한은 예심판사가 행사하였다. (*예심판사란, 경찰을 지휘하고 사건을 수사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기소를 하는 판사를 말하고, 수사판사라고도 한다. 프링스 및 스페인 등 몇몇 국가에서 인정되는 제도임)

  그 후 1889년(메이지 22년)에 독일 법체계의 영향을 받은 형사소송법(소위, 메이지 형사소송법)이 제정되면서부터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가 되면서 판사와 동일하게 신분 보장을 받고 탄핵주의도 도입된다.

  그러다 다이쇼(大正) 시대에 이르러, 당시 ‘다이쇼 데모크라시’라고 하여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민주주의, 자유주의적 사조, 운동(1910년대부터 1920년대 사이)이 일어나서 사회가 혼란하게 되자, 국가의 치안정책의 강화가 요구되었다. 이에, 1922년(다이쇼 11년)의 형사소송법 개정(다이쇼 형사소송법 또는 구 형사소송법)이 있게 되는데, 이 개정으로 검사는 강력한 강제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예를 들어, “요급(要急)처분”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긴급한 처분을 요하는 경우에는 검찰(검사) 및 사법경찰이 임시적인 강제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함), 또한 검사에게만 기소・불기소의 재량을 주는 제도인 기소편의주의가 명문화 되었다. 이로써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의 지위가 명확해 지고, 사법경찰관은 검찰의 보좌로서 그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는 체계가 갖추어졌다.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에는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영향으로 미국식 법제도가 도입되게 되었는데, 형사법과 관련해서는 1948년에 신형사소송법이 제정되었다. 이 신법은 강력한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하여 경찰에게 제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검찰(검사)의 경찰에 대한 지휘・지시권은 인정하였다. GHQ는 일본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검찰 권력을 와해시키고 경찰의 지방분권화를 시도하였는데, 검사동일체 원칙을 따르는 검사가 경찰을 일관적으로 지휘하게 되면 경찰의 지방분권화 정책에 반하고, 검찰의 권력집중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규정하게 된 것이다.

  1952년 GHQ 점령이 종결되자, 신형사소송법은 GHQ에 의해 성립된, 자주적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검토 또는 전면 개정 논의가 활발히 일어났다. 특히,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고, 검사의 수사기능을 배척하고 공판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는 ‘공판전담론(또는 공판전종론) ’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법률관계가 복잡한 사건, 정∙재계 관계자에 관한 사건(뇌물사건, 경제사건, 선거사건) 등의 수사는 검찰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공판전담론은 힘을 잃게 되었다. 나아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검사의 소추재량권의 정당한 집행을 위해서 검찰의 수사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루게 되어, 현행 일본의 형사소송법은 1948년에 제정된 신형사소송법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검찰과 (사법)경찰(*행정경찰의 대비되는 개념)의 관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일본에서는 사법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검찰(검사)은 2차적 수사권을 가지며, 양 기관은 상호협력관계에 있다. 한편, 검찰(검사)은 사법경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권을 가지고 있고, 이는 검사가 공소관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부여 받은 권한이다. 즉, 공소권 실행의 책임자인 검사에게 경찰의 수사를 적정하게 하고 공소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전건 송치하도록 되어 있고, 송치된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의 판단은 검사의 전권에 속한다.
예외적으로, 일본 사법경찰은 일부 범죄에 대하여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경찰 내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다. 이를 ‘미죄처분(微罪處分)’이라 하는데, 이는 범죄사실이 경미하고 형벌을 요하지 않음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으로,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경찰이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을 말한다. 물론, 미죄처분에 관한 사항도 중요 사항이므로 검찰에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고, 이 또한 검사의 일반적 지시권의 내용에 포함된다.

  그리고 일본의 검찰(검사)은 사법경찰에 대하여 수사 협력을 구하기 위한 필요한 일반적 지휘권도 행사할 수 있고, 검사가 구체적 사건을 수사할 경우 사법경찰을 지휘하여 수사를 보조하게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지휘권 역시 인정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각 지방검찰청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증권거래 등 감시위원회, 국세국(国税局) 등이 법령에 근거하여 고발한 사건, 또는 공무원 직권남용죄(汚職), 기업범죄 등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수사를 행하는 특별수사부(특수부)가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독자적 수사를 행하는 특별형사부가 주요 지방검찰청에 설치되어 있어, 검찰 인지사건 등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한국 검찰의 발자취는 어떠한가?

  한국은 일본을 통하여 근대법 체제를 계수한 나라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법률과 거의 같은 법률이 적용되었다. 따라서 1945년 해방 이전의 형사 사법의 골격은 일본 법률과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되나, 실제의 적용면에 있어 식민지였던 조선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였다. 다시 말해, 조선총도부는 일본에서는 1922년의 다이쇼 형사소송법에 등장한 ‘요급처분’을 10년이나 앞선 1912년 ‘조선형사령’에 도입하여 시행한 탓에, 조선에서는 그때부터 검찰과 사법경찰의 무제한적인 강제 수사가 행해 질 수 있었고 이로 인하여 조선의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1945년 해방 이후, 일제의 잔재인 ‘식민지 사법체제’를 개혁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미군정은 패전 일본과 유사한 정책적 판단으로 사법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상호협력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이 미군정의 지원에 힘입어 검찰에 비협조적 모습을 보이면서 경찰과 검찰은 격하게 대립하게 된다. 이때, 국민적 여론은 검찰 편에 섰다. 그 이유는 해방 이후 중앙집권적 조직으로 개편된 경찰이 고문 등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권력을 남용하였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경찰의 권한 남용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지휘권을 확보하는 데 나섰고, 이는 1954년 9월23일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제정으로 실현되어, 검찰의 수사권과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사법경찰관의 강제수사에 대한 검사의 영장 통제권 등이 명문으로 규정되었다. 환언하면, 당시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체제는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에 힘입어 형성된 것이며, 이러한 형사소송법의 골격은 최근까지도 유지되었다

  반면, 경찰로서는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난 경찰 독자의 수사권(수사개시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고, 이에 수사권 조정문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여러 차례 논의되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 서고, 2018년에 정부의 조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마련되었고, 국회의 패스트 트랙 발동으로 2020년 1월 13일에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2021년 1월 1일부터 해당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검경 수사권이 현재와 같이 조정되게 되었다.

  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먼저, 경찰과 검찰의 상호협력관계를 천명하면서, 경찰에 1차적으로 ‘수사개시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였다.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가지면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서 독자적으로(검찰의 지휘를 안 받고)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경찰에 의한 1차적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거나 재판으로 넘길 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사법경찰이 판단할 경우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1차적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종결시킬 수가 있다. 하지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고발인 등이 이의를 제기하면 검찰(검사)에 사건기록을 송치하여야 한다.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한 경우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등 경찰에 대한 통제권이 종전과 같이 부여되었다. 또한, 법원에 공소를 제기할 권한인 기소권은 여전히 검사가 독점하며, 비리, 부패, 경제・금융, 공직자, 선거범죄 등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권한을 갖는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일본의 형사사법제도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진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다. 아직 제도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시기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아직 확인도 되지 않은 시기이다. 법률 상 제도는 시행되었으나 실제로는 인력 부족, 경험 부족 등으로 사건 민원인들에게 불편함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 갑자기 ‘검수완박’이라는 입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술한 제한적 범위의 검찰 수사권 마저도 완전히 박탈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독점하고 있는 선진국은 없고, 검찰이 지금까지 권력을 남용하여 왔기에 더 이상 수사권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앞에서 살펴본 일본 검찰의 권한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과 현행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논문에 의하면, 2017년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현재 37개국) 회원국 중, 약 80%에 해당하는 28개국은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수사지휘권을, 약 77%에 해당하는 27개국은 검사의 수사권을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이른바 수사・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 신태훈, 2017). 즉, 세계적인 입법례를 보아도 현 집권여당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수사권이 부여된 나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선진국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법제도임을 알 수 있다.

  무릇 법률은 그 나라, 그 사회의 종합적인 문화의 일부이며, 그 나라의 사회적, 역사적 산물이므로, 각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어떤 나라가 (우리와는 다르게) 검찰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그것을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검찰에 수사권을 부여한 선진국이 많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지금까지 그 권력을 남용하여 왔기에 그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검찰의 권력남용을 방지할 감시・감독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아직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진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그 제도 개선의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형사사법 체제의 골간을 바꾸는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검수완박으로 인한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을 방안은 마련되어 있는지? 이로 인하여 국민들에게는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등을 찬찬히 살펴보아야 하지 않는지? 그럼에도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의 한국 검찰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지, 이를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등을, 각계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닐까?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임을 정치권은 알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사실을 우리 일반 국민들도 정확히 인식하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 본 컬럼은 2022년 4월 21일에 기고된 글입니다 ** 


<필자> 박인동 변호사
- 現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법률고문
- (재)한일산업·기술산업협력재단 감사
- 前 일본 동경변호사회 회원 (2007-2014)
- 일본변호사연합회 국제교류위원회 간사 (200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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