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발달장애의 독창성과 집중력을 활용하는 ‘뉴로 다이버시티’…잠자는 인재 활용


(사진) ‘이능 인재 채용 프로젝트’로 채용된 자폐스펙트럼증(ASD) 남성.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오므론 제공) (산케이신문)

선천적으로 뇌 기능이 치우쳐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주의가 산만하다는 특성이 있는 발달장애. 이들 중에는 높은 독창성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어 이러한 특성으로 개인의 스킬(능력)과 업무 적성을 판단해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의욕이나 능력이 있으면서도 뜻대로 취업이 되지 않았던 ‘잠자는 인재’가 활약하는 장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 기술력
지난 2022년 대형 전자기기업체 오므론 구사쓰사업소(시가현 구사쓰시)는 자폐성을 보이는 발달장애 남성을 기술직으로 채용했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이 남성은 주변 소리에 민감해 업무 중에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다.

대학원에서 정보학을 전공하고 높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졌지만,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장애 특성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한 가운데 오므론이 2021년부터 실시한 ‘이능 인재 채용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보다 기술력’을 내세우며 대인관계 스킬은 중시하지 않는다. 지원자는 2~3주 진행되는 인턴십에서 과제에 도전하고 업무 적성 유무를 확인한다. 특징적인 것은 면접 전형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담당자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한편, 배속 후에는 기업 내 전문의나 상사도 함께 직장에서의 고민을 들어보는 면담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두터운 체제를 갖춘다.

극단적으로도 비춰지지만, 목적은 치열한 기술 개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첨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는 데 있다. 이 남성은 해당 프로젝트로 채용된 첫 번째 인재다. 근무 태도가 성실하고 동료로부터 신뢰도 받는다.

오므론 그룹사 담당자는 “기존 채용에서는 묻혀 있던 인재가 많다. 오므론이 추구하는 인재와 그들의 능력이 일치됐을 때 전력이 된다”고 의의를 밝혔다.

디지털 분야에서 활약
발달장애 중에서도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겪는 사람은 사람과의 교류가 서툰 반면, 집중력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로 밝혀졌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 첨단 디지털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돼 해외 IT기업에서는 많은 발달장애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대형 휴대전화업체 소프트뱅크에서도 발달장애가 있는 인재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016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탓에 풀타임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짧은 시간 일할 수 있는 ‘숏타임 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장시간 근무나 제너럴리스트(종합직)을 원하는 전통적인 구직 방식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이 채용되기 어렵다. 이 제도는 취업이행지원사업소 등을 통해 기간제 아르바이트로 모집한다.

데이터 입력이나 정보 수집, AI 학습용 데이터 만들기 등 업무 내용은 다양하다. 담당자는 “유연한 근무 방식을 기업 측이 마련함으로써 스킬이 있어도 일할 수 없었던 잠자는 인재를 발굴해 이들이 활약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담았다.

특성 존중
발달장애의 특성을 개개인의 뇌 다양성으로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뉴로 다이버시티’라고 부른다. 뉴로 다이버시티는 뉴로(뇌·신경)와 다이버시티(다양성)를 조합한 합성어다. 소통에 서툴고 주의가 산만한 발달장애 특성을 능력 결여로 보는 게 아닌, ‘뇌 기능 차이’로 보고 존중한다.

일본 정부도 이 같은 방안을 인재 활용 측면에서 채택했다. 지난해 경제산업성은 IT기업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배려와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살리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에서 발달장애인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1년에 발표한 리포트에서 발달장애인이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2.3조 엔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주위의 지원과 이해가 뒷받침될 때 이들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동시에 파묻힌 인재 활용으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뉴로 다이버시티에 정통한 임상심리상이자 공인심리사인 무라나카 나오토 씨는 “모두가 획일적인 근무 방식을 취할 필요는 없으며, 개인의 사정에 따라 근무 방식을 최적화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각기 크기가 다른 돌을 쌓아 돌담을 쌓듯이 모두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가와 에리코)

* 산케이신문  https://www.sankei.com/article/20230811-3SIDKDLHVRPABIFXRLIWAKFXWA/  2023/08/11 19:24

* 본 기사 번역은 JK Daily 책임하에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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