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괴물’, 토론토 국제영화제서 북미 프리미어…영어권에서 나올 법한 질문에 대성황


(사진) <괴물>의 북미 프리미어 상영장이 된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고레에다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이 캐나다에서 열린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현지시간 10일,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받아 북미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본편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상영장을 메운 523명의 관객과 가진 Q&A 시간에서는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공동 작업과 극중에 나오는 태풍 묘사, 아이들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등장인물들이 영문자가 적힌 의상을 많이 입은 의도 등 영어권에서 나올 법한 질문도 있어 상영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본작 영화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각본 사카모토 유지, 음악 사카모토 류이치 등 일본 최고봉인 재능인이 집결해 제작됐다. 일본의 작은 지방 도시와 그 도시에 있는 초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어머니와 학교 교사, 아이들의 이야기다.

현지에서는 상영 전에 고레에다 감독이 무대에 올라 “<환상의 빛>(1995년 공개된 고레에다 감독의 극장 영화 데뷔작) 이후 제가 각본을 쓰지 않은 영화입니다. 사카모토 유지, 제가 가장 존경하는 현역 인기 작가님과 처음 합을 맞춰 제작한 영화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접근법으로 제작한 영화인데요. 작가님과 공동 작업을 한다는 게 대단히 신선했고, 평소에 제가 쓰지 않은 대사, 만들지 않는 구조를 가진 영화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 작품 중 토론토 국제영화제 출품작은 2019년 <진실>, 2022년 <브로커>의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이어 초청받은 것으로, 최고상에 해당하는 관객상 후보작이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Q&A(발췌)
――(모더레이터에서) 사카모토 유지 씨와의 협업에 대해, 또 <괴물>은 사카모토 류이치 씨가 작곡한 마지막 영화 스코어가 될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그와의 공동 작업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고레에다 감독】 너무 자극적이었고, 두 사람과의 공동 작업은 지금도 제 속에 큰 결실과 재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완성된 각본을 넘겨받아 이것으로 해달라는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어요. 2018년 연말인데… <어느 가족(Shoplifters)>이 완성된 직후에 사카모토 씨가 프로듀서를 통해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을 주셔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플롯에서 각본으로 만들어지는 3년 동안 함께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면서 완성된 각본인데요.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충분히 음미한 후에 촬영 현장에 임하게 되어 좋았던 걸까요. 다행스럽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시기로 영화 제작이 일단 중단되었고, 그만큼 시간을 들여 기획과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플롯에 적힌 설정은 도쿄의 서쪽 변두리로 마을에 한 줄기의 큰 강이 흐르고 있다고 설정했는데, 도쿄의 마을은 촬영에 대단히 협조적이지 않아 촬영 허가가 나오지 않았어요. 도쿄 이외의 마을로 어디가 적합할지 찾던 중에 강이 아닌 호수로 설정을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사카모토 유지 씨도 함께 보러 다녔어요. 영화 서두에도 사용했는데요. 시커먼 호수를 배경으로 소방차가 달리는 밤의 장면, 그 풍경을 봤을 때 ‘여기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동시에 여기에 피아노 곡이 좋겠다고, 사카모토 류이치 씨의 피아노곡이 좋겠다고 직관적으로 생각이 들었죠. 저는 그 단계에서 이 영화의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 씨에게 맡기고 싶다고 결정했습니다.

――(여성 관객으로부터) 태풍 장면에 관한 질문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년)에서도 태풍 묘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감독님에게 있어 태풍은 뭔가 의미가 있나요? 태풍 장면을 사용한 의도 같은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레에다 감독】 이것은 처음에 사카모토 씨가 쓴 플롯 속에도 태풍 묘사가 쓰여 있었는데, 우연히도 저도 사카모토 유지 씨도 세대적, 취향적인 면에서 영화 감독 소마이 신지 감독님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여러분 중에 소마이 감독님의 이름을 아시는 분이 어느정도 될지 모르겠지만, 소마이 감독님의 영화 중에 <태풍 클럽>(1985년)이라는 걸작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태풍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아마 플롯을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작품도 그 작품이었어요. 제 영화가 아니라.


――(남성 관객으로부터) 등장인물들이 많은 영문자가 적힌 옷을 입은 장면을 다른 외국 작품에서 그다지 본 적이 없는데, 어떠한 의도가 있나요?

【고레에다 감독】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일본의 아이들은…어른들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영어가 들어간 티셔츠를 흔히 입어서 그다지 그 문자에 의미를 담지는 않았는데요. 의상 담당인 쿠로사와 카즈코 씨가 골라준 것입니다. 특별히 신경 쓰인 단어가 있었나요?

――(감독의 “특별히 신경 쓰인 단어가 있었나요?”에 대해) 어머니 역을 맡은 분(안도 사쿠라)이 ‘A LIGHT THAT NEVER GOES OUT’라는 매우 아름다운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캐릭터에 잘 맞다고 생각한 것과 사쿠라 씨가 요리의 집을 방문한 장면에서 요리(연기자: 히라기 요타)가 ‘WORKING CLASS’라고 적힌 파카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궁금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답을 듣고) 그렇군요.

――(남성 관객으로부터)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역의 멋진 연기는 이번에 처음 보는 게 아니긴 하지만, 어떻게 아역이 그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는 거죠? 두 번째는 그동안 감독님의 작품군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다소 어두운 스토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멋진 각본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려주세요.

【고레에다 감독】 아무래도 제가 쓰면 어딘가에 웃음 포인트, 캐릭터가 누구든 다소 웃음을 안겨줄 요소를 어떻게든 찾아서 쓰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쓰지 않아서 영화 속 인간이 지닌 가능성 같은 것이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제가 쓰는 것보다 조금은 윤곽이 뚜렷하고 다소 폭이 크고 넓어요. 그게 저는 신선했거든요. 그 부분은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각본에 따라 인물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아마, 조금은 제가 써 온 인물상과는 다른 뉘앙스로 비춰졌을지도 모릅니다. 결코 작가님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역 배우에 관해서는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전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아이의 성격과 어휘에 맞춰 제가 구두로 대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설명하는 방식을 주로 해왔는데요. 이번에 뽑힌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경력(연기 경력)도 있어 배역이 가진 감정적인 갈등 같은 것을 그때그때마다 제가 설명해서 표현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전에 대본을 읽히고, 스터디도 하고, 책 읽기도 하고, 리허설을 거듭하는 시간을 쌓아 자신의 인격 바깥쪽에 미나토(연기자: 구로카와 소야)와 요리라는 2명의 인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했습니다. 정말 멋지게 표현해 줬다고 느꼈습니다.

――(남성 관객으로부터) 칸에서 퀴어종려상을 거머쥔 동일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고레에다 감독】 정확하게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지방지자체에 따라 파트너 제도와 같은 형태로 특례로써 인정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국가가 이를 허용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어요. 굉장히 뒤처졌죠. 일본 사회에서의 성 다양성을 국가도 사회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캐나다는 2005년부터 동성 결혼을 허용함)와 비교하면 상당히 20년, 30년의 시간이 멈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리콘 뉴스  https://www.oricon.co.jp/news/2294504/full/  2023/09/12 10:00:28

*본 기사 번역은 JK Daily 책임 하에 진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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