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새해를 위한 색다른 먹거리와 풍습을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신년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신사’를 꼽을 수 있는데, 우리가 미디어 매체에서 자주 접하듯이 새해가 되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신사에 가서 각자의 새해 소원을 빌고 오미쿠지를 뽑거나 부적을 사는 모습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경험하기로, 낮에는 신사의 절경과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설렘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면 밤에 가는 신사는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달빛 아래 ‘진자메구리(神社巡り, 신사 투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신년의 밤길 신사 모습을 소개하며, 전체적인 일본의 신년 주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필자의 경험담을 토대로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일본에는 신사가 정말 동네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밤늦게 신사를 방문하고 싶을 때도 굳이 멀리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필자 역시 새벽에 신사를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에 동네 근처에 있는 ‘하치가사키 덴만구’ 신사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너무나도 고요해서 신사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적막한 밤에 나름 시끄럽게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듯이 조용하지만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이야기 소리와 함께 꽤 긴 줄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소원을 비는 곳과 가까워질수록 모두가 똑같이 ‘올해는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하고 들떠 있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필자의 차례. 5엔을 던지고 천장에 달린 방울 달린 줄을 딸랑딸랑 흔든 다음 박수를 두 번 치고 줄을 서는 내내 골똘히 생각했던 올해의 염원을 간절히 빌었다. 그 후에 꾸벅 인사를 두 번 하고 나오면, 관계자분들께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귤과 감주를 한 꾸러미 나눠 주신다. 아무런 계획 없이 온 신사였는데 갑자기 선물을 주셔서, 마치 게임 속에서 파밍하다가 우연히 좋은 아이템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연 다른 신사에는 또 어떤 아이템이 있을지 재밌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을 안고 다른 신사를 재미 삼아 파밍하러 가보기로 했다. 이렇게 게임을 하듯이 신사를 돌며, 동시에 문득 어린 시절 일본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역마다 있는 ‘포켓몬 스탬프랠리’를 했던 추억이 함께 연상되었다.

  역마다 다른 포켓몬을 찾아다니고 모든 스탬프를 다 모아 지도를 완성했던 그 뿌듯함과 성취감이 지금까지도 어린 시절 중에 가장 재밌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며 동심으로 돌아가 자신이 다시 유치원생이 되어, 대원들과 함께 다음 아이템을 얻으러 어두운 밤길의 모험을 떠나는 것 같이 느껴져서 너무나도 설레고 신나는 신사의 여정으로 다가왔다.

  아쉽게도 모든 신사마다 나눠주는 선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신사마다 건강, 장수, 학업, 연애 등 각각 관여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맞춰보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필자와 같이 게임 퀘스트를 깨듯 색다른 신사 체험, 진자메구리를 해보고 싶다면 밤 중 신사를 꼭 추천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낮에 가는 신사도 물론 재밌다. 신사에 가면 꼭 해봐야 하는 오미쿠지를 뽑아 올해의 운을 점쳐보고 대길처럼 좋은 운이 나오면 기분 좋게 고이 집까지 모셔오고, 흉처럼 안 좋은 운이 나오면 액땜했다 치고 종이를 줄에 묶어 나쁜 기운을 훌훌 털어버리면 된다. 평범한 말길이 나오면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뽑은 것이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하고 뜻밖에 좋은 운에 당첨된 기분을 누리면 된다.

  필자가 갔던 신사에는 일반 오미쿠지와 연애 오미쿠지가 따로 있었는데 연애운을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가로 연애 오미쿠지를 뽑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어느 나라나 연애가 가장 초미의 관심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 필자도 서둘러 100엔을 추가로 내고 연애운을 뽑았다.

  오미쿠지말고도 뽑기의 재미는 또 있다. 바로 다양한 운을 기원하는 여러 종류의 부적들이다. 흔히 알고 있는 작은 보자기 모양의 부적부터 거북이 모양의 귀여운 키링 형태까지, 고르는데 시간이 다 갈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기 때문에 ‘나의 올해를 잘 부탁한다!’라는 마음으로 하나 장만하면 생각보다 꽤 든든한 기분이 든다.

  신사를 다녀와서 아침밥으로 일본의 새해 음식인 오조니와 오세치를 먹었다. 오조니는 떡국과 비슷한 음식인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 나오는 네모난 떡(기리모찌)이 그대로 들어간 떡국이다. 가래떡과는 또 다른 찐득한 식감의 떡이고 한입 베어 물면 입안이 꽉 차서 두 개 정도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이 든다. 참고로 이 떡은 구워서 김에 싼 다음 간장에 찍어 먹는 것도 하나의 별미이다.

  요조니와 함께 오세치도 곁들여 먹었는데, 오세치는 여러 반찬에 각각 새해에 대한 좋은 염원과 의미를 담아 먹는 음식으로 정갈하고 아기자기한 일본 음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매년 인기 있는 오세치의 종류가 변하기도 하고 집집마다도 가족의 입맛에 따라 자유롭게 추가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먹은 오세치에는 대표적으로 가마보코, 다테마키, 멸치, 새우 등이 있었는데 각 재료마다 일출, 지성, 풍작, 장수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만큼 골라서 먹을 때마다 게임에서 능력을 하나씩 얻듯이 건강 능력을 장착하고 장수 능력을 장착하고 지혜로움의 능력을 장착하는 것 같은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게임 스테이지에서 아이템을 풀장착하고 시작하는 것처럼 여러 오세치를 먹으면서 올해의 염원을 가득히 몸 안에 채워서 든든하고 자신 있게 올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불끈 생겼다.

  그 후에는 일본에서도 가장 남녀노소가 기다리는 오토시다마(세뱃돈)를 나눠주는 시간이다. 물론 당연히 봉투 안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오토시다마를 받으면 그 봉투를 모으는 즐거움도 생긴다. 손바닥만 한 봉투에 산리오나 포켓몬 등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거나 금괴 모양으로 된 특이한 봉투들이 많은데, 오토시다마를 받고 나면 여러 게임카드를 모으는 것처럼 봉투만 개인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이 오토시다마 봉투는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이 귀엽고 특이한 디자인 덕분에 세뱃돈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주는 사람까지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신년 일본 여행 중에 세븐일레븐에 들르게 된다면 한번 자신만의 귀여운 오토시다마 봉투를 구매해 놓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설날에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렇듯 필자가 직접 일본의 신년 기간인 ‘오쇼가츠(お正月)’를 경험해 보면서, 일본의 신년은 전통적인 풍습 속에서도 각자만의 재미를 찾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연휴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내년 새해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바로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새해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며 필자와 같이 동심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고즈넉하고 분위기 있는 신사에서 본인의 올해가 안녕하기를 진지하게 기도해 보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사 작성 : 청년기자단 이승혜 기자)
*본 기사는 JK-Daily 제 1기 청년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