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이 모여 양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제2회 한일청년 미래회담’이 지난 22일 연세대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한 100여 명의 학생들은 ‘결혼과 저출산’,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세가지 주제로 서로의 가치관과 인식, 기억의 차이를 넘은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일청년미래회담은 연세대 미래교육원의 ‘게이트웨이 투 코리아(GTK)’가 주최했으며, 올해 2회째를 맞았다. GTK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주재원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위 교육 과정으로 2016년 처음 론칭 해 매년 교류 행사를 개최해 왔다.
이번 한일청년미래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4학년 이지훈 학생은 “진정한 양국 관계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교류의 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평소 일본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에서 고민하고 얻은 깨달음을 한일관계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공유할 것”이라는 이지훈 준비위원장의 말에서 무게감도 느껴졌다. 한일교류의 범위를 우호집단을 넘어 폭넓은 대중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진정한 양국 관계를 위한 길이라며, “단순히 문화 컨텐츠 중심 교류 이상의 깊이 있는 우호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준비 과정 중 힘들었던 점은 없었을까. 이지훈 준비위원장은 “개인적 경험이나 편견이 개입되어 이제 막 한일관계에 발을 띤 이들에게 잘못된 인상과 오해를 심을까 우려되었지만, 통계자료와 함께 행사 당일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썼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상대국 국민의 행동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국 자유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며, 한일 근현대 민주주의 발전과정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일본 국민의 의문점인 한국 정부가 계속 입장을 뒤집는 이유, 한국 국민의 의문점인 일본 국민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이유의 해답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체장을 맡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2학년 한일교류학회 학회장 김민서 학생은 “대학생이 한일관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정치, 경제를 넘어 민간 차원의 교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회담을 준비하며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생각을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일 교류의 장을 만드는 경험을 위해 참가했다는 김민서 학회장은 세계로 나아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2025년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제3회 한일청년미래회담이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또, 기회가 된다면 한일 고령화 문제 및 양국 배리어프리 정책, 실천 사례도 비교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앞으로 한일청년미래회담이 양국 대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일본인유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과 4학년 요시하라 리오 학생은 “일본인 유학생들이 평소 만나기 어려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다른 집행부원들과 함께 즐기면서 준비했다며 부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뤄보고 싶은 주제와 한일미래청년회담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과 일본의 흡연, 술 문화 차이, 종교관의 차이, 양국 청년의 정치 관심도 차이 등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다”, “한일 청년들이 평소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하는 회담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한 질문에서는 일본인 유학생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일본인 홍보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마련해 “한일청년미래회담이 일본인 유학생들에게 더욱 풍성한 유학생활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세대학교 일본인유학생회 회장이자 정치외교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타무라 미나미 학생은 일본 유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 본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행사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일 교류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책임감이 생겼고 미래 한일 관계에 희망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교류는 많지만 평소 말하기 어려운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는 미래 한일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 “한일청년미래회담이 한일 청년들이 한일 관계를 생각하는 첫 걸음이 되면 좋겠다”며 이번 행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행사 준비가 처음이라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다른 발표자와 계속 소통하며 좋은 발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미나미 학생회장은 한국 민주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해해야 한일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민주화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다음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취재 기자: 나인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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