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도산’ 급증…선명한 양극화, 공도동망 우려도


(사진) 1달러=150엔대 엔화 시세를 나타내는 모니터 = 21일 오후, 도쿄도 지요다구 (세키 가쓰유키 촬영) (산케이신문)

급속한 엔저에 따른 비용 상승 등을 원인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도산에 이르는 ‘엔저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1월~10월까지 엔저로 도산한 기업 수는 21건에 달해 지난 5년 동안 최다 기록이 확실시됐다. 반면, 엔화 기준으로 이익이 커진 수출과 해운업 등에서는 엔저 수혜를 받아 역대 최고 이익 달성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엔저 도산은 8~10월 3개월 동안에만 19건에 달했고, 1달러=140엔대까지 엔화가 급락한 여름 이후 급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엔저에 따른 식재료 등 매입가격 급등 영향을 크게 받았던 식품 관련이 6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섬유 관련이 5건, 기계기구 및 가구∙건구 관련이 2건이었다.

이중에서 전체 도산 중 60% 이상을 부채 5억 엔 미만 중소∙영세기업이 차지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엔저에 따른 매입 원자재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도산을 가속화한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엔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코로나19 영향도 있어, 중소기업 도산이 연말에 걸쳐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엔저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모습이 두드러지는 반면, 엔저 수혜를 입어 기록적인 호실적을 달성한 대기업도 눈에 띈다. SMBC 닛코 증권의 집계에 따르면 10일까지 발표를 마친 도쿄증권거래소 구 1부 상장 1,048개사(금융 제외) 2022년 9월 중간 결산 최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18조 3,054억 엔으로, 중간기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엔저는 수출 경쟁력이 높이고 해외사업 이익도 엔화로 환산하면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 및 해외사업 비중이 큰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중간 결산에서는 엔저와 원료품 가격 상승의 순풍을 타고 미쓰비시상사 등 대형 상사 및 닛폰유센 등 대형 해운사가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닌텐도와 소니 그룹도 영업 및 최종 이익에서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호실적이 이어졌다.

그렇다고는 하나, 엔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전하는 대기업도 많아, 이 집계에서는 감익 또는 적자인 기업도 전체에서 40% 이상을 차지한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 UFJ 리서치&컨설팅 수석연구원은 “이 추세대로라면 높은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까지 도산이 파급되어 공도동망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적정 가격을 전가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제도 마련이 급선무다”라며 경종을 울렸다. (마쓰자키 쓰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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