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정년에 대하여


필자의 나이 탓일까? 주변에 회사를 정년퇴임하는 지인들이 늘어 나고 있다. 보기에 너무도 건강하고 아직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데 단지 정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이다. 한편, 나이와는 상관없이 현역으로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법에서 정한 정년이란 제도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년제도’가 우리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정년제도에 대한 우리의 인식 또한 변화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한 제도들은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는 것인가 등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정년, 정년제도의 의미와 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펴보고,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에서의 제도 변화는 어떠한가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정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예전에 정년이란, 그 동안 직장생활 하느라 수고하였기에 이제는 좀 편하게 쉬라는 의미가 컸었다. 즉, 정년퇴직을 하고는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리 길지 않은(?) 노후를 행복하게 마무리 하라는 의미가 컸던 것 같다. 그 당시 사회는 정년퇴직을 한 사람을 원로로 대우했고, 정년 퇴직 후 10년도 안되어 세상을 뜨는 사람들이 많았던 때였다. 일례로 1990년의 자료를 보면, 당시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67.5세였다.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하더라도 퇴직 후 10년도 더 살지 못했던 시대였으니 정년에 대한 인식은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와 같은 사회가 아니다. 2021년의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자 80.6세, 여자 86.6세임을 알 수 있다(이러한 기대수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하더라도 20년 이상은 더 생활을 영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현상 심화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노인세대를 부양해야 할 젊은 세대(경제활동 인구)가 크게 줄었다는 점도 변화일 것이다. 이러한 사회변화에 따라 우리의 정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법에서 규정하는 ‘정년제도’란,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노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제도를 말하고, 그 일정한 연령을 ‘정년’이라 한다. 이는 종신고용을 기반으로 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 하의 노무관리에 있어, 고임금⋅고연령 근로자를 직장에서 배제시켜, 인사시스템의 신진대사를 건전하게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아닌, 직무성과급형 임금체계를 전제로 한다면 과연 정년이란 제도가 존치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영국, 스웨덴 등 다수의 국가는 정년제도를 두고 있지 않거나 일찍이 폐지하였다.

한편, 2021년의 한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직장인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연령은 근무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지만 평균 49.5세에서 53.8세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즉,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실제로 퇴직하는 나이는 정해 놓은 정년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사실상의 정리해고) 단행, 명예퇴직 권고 등으로 정해진 정년을 채우는 경우가 드문 국내 노동현실에서 볼 때, 정년을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근로자의 재직 연령을 보장함으로써 안정되게 일정 연령까지 고용보장을 꾀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에, 정년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즉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정년제도 자체를 없애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에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촉진법, 이하, 고촉법)의 개정으로 정년 60세가 법제화 되었다. 단, 사업장의 특성과 규모 등에 따라 시행시기에 차등을 두었으나, 2017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전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이 되었다. 고촉법 개정 전에는 정년을 법률로 정년을 정하지 않았고 직장에서 자율적으로 규정하도록 맡겨져 있었으나, 고촉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60세까지는 고용이 보장되는 근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사업주의 정년 연장으로 인한 임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소위, 임금피크제)을 권고하는 내용도 개정법에 추가되었다. 이에 취업규칙에 정년 연장 규정을 추가하면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는 조문 상 단순히 권고 사항으로만 규정하는 바람에 현장에서는 임금피크제의 해석과 운영에 혼선이 빚어져 왔다. 이에 대법원은 기존 정년이 이미 60세 이상인 직장의 경우(정년유지형), 근무 여건의 변화가 없음에도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연령에 따른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이 판결의 취지는 결국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함에 있어서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대상 조치(업무 경감 등)의 유무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그 합리적 이유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운영에 대한 일정한 해석 기준이 마련된 것 같다.

한편, 정작 심각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출산율이 저하되고, 고령화가 진전되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경제활동인구를 확보하여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정년을 연장하여야 하나, 이와 관련하여 고령자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 등에 있다. 이에 대하여 참고할 만한 사례가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이라 할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에 초고령 사회(노인인구비율 20%)에 진입하였다. 이에 2004년에 고연령자등의 고용의 안정 등에 관한 법률(고연령자고용안정법, 이하, 고령자법)의 개정(2006년 4월에 시행)에 의하여, 그 동안 ‘노력 의무’에 불과했던 65세까지의 고령자고용확보조치가 ’법적 의무’로 격상되었다. 이에, 정년을 65세 미만으로 정한 기업은 ① 65세까지 정년의 상향 조정하거나, ②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의 도입(단, 노사협정에 의해 별도의 기준을 정한 경우는 희망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제도도 가능)하거나, ③ 정년제의 폐지하거나 하는 세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연이은 고령자법 개정(2012년에 개정되고, 2013년에 4월 시행)으로,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선택한 경우의 예외 규정이었던 ’노사협정에 의한 제한’을 폐지하면서 2025년 3월말일까지 경과조치를 두었다. 다시 말해, 경과조치의 대상 연령을 3년마다 1세씩 늘려 가서, 2025년 3월말일에는 이 경과조치 자체가 종료하게 되고, 동년 4월부터는 일본 내 모든 기업이 예외 없이 ’65세까지 고용확보’를 하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2013년부터 무려 12년에 걸친 경과조치로 계속고용제도의 연착륙을 꾀한 것이다. 또 이 경과조치는 노령후생연금 지급시기와 연동한 것이었다. 노령후생연금 중 보수비례부분의 개시 연령이 2013년 4월부터 61세, 그 후에는 3년마다 1세씩 증가하도록 되어 있고, 12년 뒤인 2025년 3월말일까지는 64세가 되도록 조정되는데, 계속고용제도의 경과조치를 이와 연동시킨 것이었다.

2019년도 일본 기업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위 3가지 고용확보조치 중 77.9%가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19.4%가 정년의 상향 조정을, 2.7%가 정년제 폐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로써 일본은 근로자가 원하면 65세까지는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60세 이후 계속 고용된 고령자의 임금수준은 정년 이전의 50~60% 정도로, 일본 정부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령자고용계속급부’라는 지원금을 기업에 지원한다. 지원금은 60세 이후 임금의 15% 정도에 해당한다. 고령자법 개정 전인 2004년에 51.5%이던 60~64세 고령자 취업률이 2018년에는 68.8%까지 상승했다. 법률 개정의 효과로 60대 전반의 취업률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령자법은 다시 개정되어, 2021년 4월부터 기업은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기존의 3가지 고용확보방식(법적인 의무사항)에 더해 ① 다른 회사에의 재취업 알선(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전직지원 서비스) ② 업무 위탁 프리랜서 계약 체결 ③ 창업 지원 ④ 사회공헌활동 참가 지원 등 4가지 권고사항을 추가했다. 따라서 일본의 기업은 근로자가 65세까지는 근무할 수 있게 해줄 법적 의무를, 이후 70세까지는 취업기회 확보를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취업기회 확보를 위한 노력의무가 지금은 권고사항이지만, 일본의 노동 인력 부족과 연금수급 연령이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머지않아 이런 권고사항들이 의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66세 이상도 근무할 수 있는 기업은 이미 33%에 달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일본의 정년과 관련한 노동정책의 진행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과 근로자 개인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60세 정년 연장은 1986년에 60세 정년에 대한 노력의무화를 발표하고, 1994년 법을 개정한 후 1998년부터 시행하는 3단계를 거쳤다는 점, 65세 고용확보의무화도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에 걸쳐 추진되고 있는 점, 또한 2000년대 초 시작된 공적연금개시 연령의 단계적 상향에 맞춰 경과조치를 두어서 계속고용을 점진적으로 늘려온 점 등이 그것이다. 이는 정년 이후 퇴직자의 수입 공백기간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생산활동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을 겪고있지만, 정년연장에 관한 논의는 크게 진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업 부담 증가와 청년 고용기회 감소에 대한 우려가 워낙 거세다 보니, 그간 정치권에서는 ‘정년연장’이란 말은 거의 사문화된 용어나 다름없었으나, 이 문제를 언제까지 덮어둘 수 만은 없을 것이다. 최근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이 20%를 돌파하였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특히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압도(?)적인 1위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정년연장 문제는 연금개혁 문제를 연계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주요 사회제도의 개혁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정권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도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22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30대, 40대에서 더 높은 찬성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이 노후 불안을 더 실감하고 있고, 이들도 관련 정책을 강구해야 할 절박함을 느끼고 있음에 대한 방증 자료이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게 막무가내식의 진행은 삼가야 할 것이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정년연장 개혁을 강행하자 거센 항의 시위와 대규모 파업 사태 등으로 반발하는 프랑스 국민의 모습을 보며, 문화적 이질감을 느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추진 방식이 국민적 동의를 얻는 절차가 결여된 점이 있어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반발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연장에 8할 이상이 찬성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프랑스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선뜻 공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정년연장과 연금개혁 문제는 그 나라 고유의 역사⋅문화적 환경도 고려하여, 다른 사회제도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하여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정년연장 문제를 풀어간 방식이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정년 변화의 주기를 10~15년 단위로 설정하여 중장기 정책으로 시행하고, 탈정파적으로 국민의 공감대를 얻으며 점진적으로 진행하여 온 점등은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년연장 정책이 연금개혁과도 조화롭게 연계되도록 정책을 모색하여 노인빈곤율 문제도 같이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가령, 건강상문제가 있는 근로자의 경우는 일률적인 정년연장으로 인하여 산업재해를 당할 우려도 커지고, 근로의욕이 줄어든 고령근로자로 인하여 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훼손될 염려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년은 통상 근로자가 무리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연령으로 규정해 두고, 정년 후는 재고용 또는 재취업 제도를 이용하여 고용연장을 꾀하는 것도 좋은 방책으로 보인다. 결국, 이 문제는 노사간이 서로 협의하여 정해야 할 것이고, 국가는 이러한 노사간의 협의가 잘 될 수 있는 법 제도를 마련하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당파를 떠나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앞으로의 개혁 진행 방향을 잘 지켜볼 일이다. 


<필자> 박인동 변호사
- 現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법률고문
- (재)한일산업·기술산업협력재단 감사
- 前 일본 동경변호사회 회원 (2007-2014)
- 일본변호사연합회 국제교류위원회 간사 (200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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