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 春日井萌] “일본 취업 지원. 풀뿌리 외교로 한일관계에 공헌하고 싶어요” KOREC 가스가이 모에 대표

  • 강혁 기자
  • 발행 2022-04-18 23:55

▲ KOREC 사무실은 이쁘게 꾸며진 카페 느낌이 난다.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사진 : KOREC)


  코로나 장기화로 이전 보다 한산해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거리. 3월의 학기 초, 개학으로 활기를 찾는 명물거리에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왠만한 커피숍보다 세련된 공간의 일본 취업 카페 ‘KOREC’. 그곳에서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을 지원하고 있는 가스가이 대표를 만났다.


▲ KOREC 실내는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사진 : KOREC)



1.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한일관계에 관심 갖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가스가이 모에(春日井 萌) 라고 합니다. 현재 일본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과 청년들을 서포트하는 회사인 ‘KOREC’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신촌에 일본 취업 카페의 형태로 오픈해 3년이 되었고, 그동안 일본의 150여개사에 450명 이상의 한국인이 KOREC을 거쳐 취업했습니다. KOREC은 ‘Korea Recruiting’을 줄여 쓴 말입니다.


▲ KOREC 자료를 보며 취재진과 대화하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JK-Daily) 


  한일관계에 관심 갖게 된 배경은 엉뚱하게도 2009년 WBC(World Baseball Classic) 때문입니다(웃음). 미국에서 유학하던 고등학생 시절에 거기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와는 서로 다른 주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2009년 WBC 결승전에서 한국과 일본이 붙게 되고, 일본에 이치로 선수의 끝내기 안타로 일본이 우승을 하게 됐죠.


  그런데 시합이 끝나고서 그 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더니, 일본이 이겨서 짜증난다고, 저와 절교하겠다, 연락하지 말자고 통보하는 거에요. 본래 애국심 강한 친구인 건 알았지만 야구경기로 갑자기 절교 통보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미국에 혼자 생활하면서 문화와 언어가 비슷해 많은 의지가 됐던 친구라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미디어로만 한일관계 안 좋다 봐왔었는데 제가 직접 겪으면서 많이 놀랐고, 앞으로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에 한일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 평소 창가 카운터 자리에서 업무를 많이 본다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JK-Daily)


2. 원래 사업을 할 계획이었나요?

  원래는 외교관이 되려고 했습니다. 한국에 올 때 자기소개서에도 한일관계 개선 위해 미래에 외교관이 되겠다고 적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연세대학교에 입학하고서 겪게된 경험들 때문에 외교관 공부보다 실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활동들을 먼저 시작하게 됐죠.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하고서 어느 역사 관련 과목이 있었는데, 하버드에서 공부를 하신 미국 교포 출신의 교수님께서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에 비해 중립적인 시각의 강의를 하셨었어요. 저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꼈는데 그 강의 후에 한국인 학생들은 난리가 나서 SNS에 악플이 빗발쳤었어요. 그 교수님은 저에게 괜찮냐며 ‘한국에 반일 분위기 있으니 조심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그 사건으로 한국에서 배우는 역사는 제가 일본에서 배웠던 거랑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역사를 배울 땐 그 나라 관점에서 배우게 된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죠. 


▲ 한국에서의 에피소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JK-Daily) 


  그 일이 있고서 외교관이 되기 전까지 먼저 한일 교류 관련 일을 많이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고, ‘연대 일본 유학생회(한일교류 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졸업학기엔 일본 취업 희망자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120명 가까이 들어왔었어요. 어쩜 이런 활동이 KOREC 설립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되었나 봅니다. 아, 참고로 외교관 시험은 4학년 1학기 후에 휴학하고서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웃음). 이후 외교관 도전은 하지 않고 지금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외교관이라는 공무로 할 수 있는 일 만큼이나 비즈니스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에게 일본 취업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KOREC)


3.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KOREC 소개와 함께 부탁합니다.


  KOREC은 본래 혼자 1인 사업으로 진행하다 금새 여러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취업 카페를 만들기로 했는데 마침 일본에 스폰서 기업이 나타나서 이곳 신촌에 자리를 잡고서 만 3년이 되었어요.


  사실 환경은 많이 어려웠어요. 2019년에 KOREC을 설립하자 마자 반일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이어서 코로나까지 겹쳐서 최악의 상황이 계속됐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KOREC 카페 등록 회원수는 4천명을 넘었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적극적으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공개 오프라인 수업이나 커뮤니티 활동들 통해 그런 분들이 모였고, 열정이 높으니 취업 가능성도 높고, 합격 후엔 주변에 KOREC을 소개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관련 정보도 누적되고 산업인력공단 등의 도움도 받게 되었어요.

  일본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이 ‘스펙 채용’ 분위기가 있다면 일본은 ‘포텐셜(잠재력) 채용’ 경향이 강하다는 겁니다. 너무 스펙 쌓기에 치중하지 마시고 우선 일본어 공부 열심히 하고서 일본 기업 문화에 맞는 준비를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결과주의 아닌 과정 중시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인턴 경험을 소개해도 그 경험을 통한 ‘결과’ 보다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주로 소개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어느 여름, 가스가이 대표와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는 KOREC 회원들 (사진 : KOREC)


4.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일본과 참 다르다고 생각한 점은?

  한국에 와서 처음 놀랐던 것은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는 데 담당자에 따라 개설되기도 되지 않기도 했던 일이었습니다. 매뉴얼대로 하는 일본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죠. 그 경험 이후로 한국사회는 융튱성이 있구나, ‘뭐든 두드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웃음).


  그리고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사과하지 않는 것도 놀랐었어요. 일본에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동적으로 ‘스미마셍~(죄송합니다)’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동안 ‘죄송합니다’ 했었는데요 어느날 친구들이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약해보인다구요. 그래서 지금은 안해요(웃음).

  반대로 참 좋다고 생각한 건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는 거 였어요. 일본에서 생활할 때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사소한 것이긴 한데, 제가 감기에 걸려서 앓고 있을 때 친구들이 약이나 죽 같은 걸 사서 전해주기도 하고,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보내주는 거에요. 일본에선 잘 그러지 않거던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배려심 많다고 생각하잖아요. 제 생각엔 일본 사람들이 친절하긴 하지만 한국은 ‘나랑 친한 사람’ 영역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면 가족처럼 챙기는 것 같아요. 물론 그 영역에 들어가기 까지가 어렵지만요(웃음).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계속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입시 등 기본적으로 경쟁 문화가 일본 보다 강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국엔 ‘성공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 모두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열심히 한다’는 정도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요. 그게 결국 저한테도 큰 자극이 되어왔던 것 같아요. 


▲ 일본 취업을 위한 노하우를 정리하고 있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JK-Daily)


5. 앞으로의 꿈과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최근 젊은 사람들은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정치와 문화를 구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한일관계가 악화해도 일본 여행이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기쁜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저는 한국에 젊은 친구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데 그들은 한일 관계 악화 뉴스가 쏟아져도 아무렇지 않게 일본여행 얘기나 맛집 이야기로 수다를 떨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유튜브나 SNS 해시태그 등을 보면 최근 한일 부부, 한일 커플도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일본에 취업하려는 이유 중에 일본에 여자친구가 있어서인 경우도 많더라구요. 한일 커플 중에 90%는 한국 남성 일본 여성인 것 같은데 일본 여성이 K 컨텐츠를 많이 접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고, 한국 남성은 일본 남성보다 감정 표현을 잘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 반대 경우는 잘 안 맞더라구요(웃음).

  제가 그런 한국의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을 해온 만큼 풀뿌리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실제로 KOREC을 통해 다양한 일본 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각지에서 민간교류를 늘리고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일본 분들과 상호 이해를 넓혀가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일을 더 확대하고 한일관계 개선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회사 경영에 대해 공부하고 있고, 언젠가는 이런 비즈니스 활동이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요. 학창 시절엔 외교관을 꿈꿨지만 지금 활동에 만족하고, 기업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에 영향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


▲ 취재를 마치며 KOREC 로고 앞에 포즈를 취하는 가스가이 대표 (사진 : JK-Daily)
 

 (취재 기자 : 강혁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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