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도자기, 그리고 온천 사가현 ①


도자기 조각이 붙어 있는 다리

규슈의 북쪽에 있는 지역, 사가현. 바로 우측에 인접해있는 후쿠오카현에 비해서 여행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이곳을 방문해본 이들은 그 작고 소박한 풍경에 매료되어 끊임없이 추억하게 될 것이다.


사가현은 하네다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하거나, 후쿠오카 공항 근처의 하카타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면 갈 수 있다. 사가시와 더불어 주변의 조그마한 마을들까지. 소도시 여행의 멋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행이 끝난 뒤에는 기억에 남는 풍경이 꽤 많다. 따듯한 햇볕이 내리쬐던 마을, 아기자기한 도자기와 부드럽고 따듯한 차 한 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하던 온천. 아련하게 남아있는 여행의 순간이 때때로 그리워진다.


이마리 도자기 마을, 오카와치야마


오카와치야마 마을의 도자기 가게에 걸려있는 풍경

일본의 전통 예술 중 하나인 도자기 공예로 유명한 아리타와 이마리는 사가현에 있다. 그중에서도 이마리 도자기를 만드는 곳은 오카와치야마 마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나베시마야키 도자기’로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도자기가 아니라 작품성이 있는 도자기 생산을 목표로 했던 곳이니만큼, 오카와치야마에서 만들어내는 도자기는 고급지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일본의 도자기가 유명해진 이유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끌고간 조선 도예공들의 손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안다면 어쩐지 씁쓸해진다.

마을을 올라가는 길

오카와치야마는 산속에 숨어 있다. 물론 지금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옛날에는 도예 기술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숨겨두었다. 300년의 역사를 지닌 오카와치야마는 입구에서부터 이곳이 도자기 마을임을 보여준다. 개울 위에 지어진 다리에는 사각형으로 구운 도자기가 모자이크 타일처럼 붙어 있다. 푸른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놓아서 그런지,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든다.


마을은 오래된 옛 풍경이 여태껏 남아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상점가에 걸어 둔 풍경 소리가 청아하다. 지금도 30여 가문에서 도자기를 굽고 있으니, 가게마다 들러서 제각기 다른 찻잔과 그릇을 구경하기 좋다. 곱고 우아한 색감의 백자부터, 작고 귀여운 술잔까지. 선물용으로, 혹은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자연과 오래된 건물, 역사가 깊은 가마와 다양한 디자인의 도자기까지. 차근차근 걸으며 보내다 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진한 녹차의 역사, 녹차교류관


녹차교류관 전경

사가현의 우레시노는 가고시마, 시즈오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녹차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덕분에 오래전부터 차 문화가 발달되었다. 우레시노의 차 제조법 역사는 무려 500년. 물론 지금도 더 좋은 맛과 향을 살려내기 위해 제조법은 계속 진화중이라고. 그 모든 역사와 전통을 눈으로 보고, 맛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녹차교류관이다.

우레시노 녹차를 직접 우려서 맛볼 수 있다.

우레시노 차의 종류와 역사, 제조법, 찻잎 재배 시 사용하던 전통 기구 등을 전시한 전시관이다. 제조한 찻잎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향을 맡을 수도 있다. 전시실에 가면 경작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만드는 모든 과정도 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여러 종류의 우레시노 차를 마셔볼 수도 있다. 깊고 진한 향과 맛을 음미하다 보면 여행 내 지친 몸과 마음이 사르르 풀어지는 기분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녹차 우리는 체험도 해보길. 맛있게 차 우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본의 3대 미인천, 우레시노 온천


우레시노 온천마을의 족욕탕

일본에는 ‘미인천’이라고 불리는 온천수가 있다. 미끄러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나면 피부가 굉장히 매끈해기 때문에 그리 불린다고. 우레시노의 온천이 바로 그중 하나다. 약간 점성이 있어서 마치 오일처럼 보인다. 온천을 하고 난 후에는 수건으로 피부를 닦지 말고 스며들 수 있도록 톡톡 두들기며 말리는 것이 좋다. 피부에 좋은 물이라서 그런지, 세안 후 기초화장품을 따로 바르지 않아도 건조하지 않다. 게다가 물도 금방 식지 않아서 오래도록 몸을 따듯하게 데워준다. 그저 탕 안에 몸을 담그엇을뿐인데, 건강해진 기분이다.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우레시노 온천

마을은 굉장히 조용하다. 소도시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때문일까. 소란스러움 없이 느긋하게 머물다 쉬어가기에 딱 좋다. 만일 바쁜 일정이 없다면 온천이 포함된 료칸이나 호텔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싶어진다. 온천을 즐기다가 마을을 산책하고, 곳곳에 놓인 족욕탕에서 또 한 번 발을 담그고. 그렇게 하루를 즐기다 보면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마저 아깝다. 그러니 온천마을이 포함된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면 여유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두길. 특히 우레시노 온천마을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글 | 사진 : 엄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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